
스페인 북부는 칸타브리아에서 갈리시아까지 역사와 자연, 건축이 하나의 흐름으로 엮여 있는 여행지입니다. 가우디의 초기 걸작부터 인류 최초의 예술이 숨 쉬는 동굴, 세상의 끝 피스테라까지, 이 여정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인간의 역사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코미야스의 숨은 보석, 가우디 엘 카프리초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나 구엘 공원은 전 세계 수많은 여행자들이 먼저 떠올리는 가우디의 대표작입니다. 그러나 스페인 북부 칸타브리아 지방의 작은 해안 마을 코미야스에도 가우디의 건축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낯설게 느껴집니다. 바로 그의 초기 작품 엘 카프리초(El Capricho)입니다. 1883년부터 1885년 사이에 지어진 이 건물은 모더니즘 양식의 초기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해바라기와 초록색 잎 모양의 타일로 외관이 장식된 독특한 외양이 마치 동화 속 세계에 들어선 듯한 인상을 줍니다.
가우디는 이 별장을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휴식과 휴가를 위해 설계했습니다. 그 덕분에 내부 구조 전체가 사용자의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이미 인체공학적 사고가 설계에 반영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의자는 앉는 사람의 신체 굴곡에 맞추어 제작되었으며, 지금 앉아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정도라고 전해집니다. 가우디가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꽃, 동물, 기하학적 무늬를 모티브로 삼은 디자인 철학은 이 초기 작품에서부터 명확히 드러납니다.
스페인어와 영어로 진행되는 가이드 투어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전문 해설을 들을 수 있으며, 당시 사진 자료와 함께 별장의 원형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줄을 잇는 이유가 충분히 납득되는 순간입니다. 코미야스는 느긋하고 한적한 해변과 사랑스러운 마을 분위기를 함께 갖추고 있어, 엘 카프리초 방문과 더불어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기에 이상적인 여행지입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각 지역 간 이동 거리나 소요 시간 같은 실용적인 정보가 더해진다면 완성도 높은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코미야스는 산탄데르(Santander)에서 차로 약 1시간 내외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대중교통보다는 렌터카 이용이 훨씬 편리합니다. 엘 카프리초는 입장 전 사전 예약이 가능하므로, 성수기 방문 시 반드시 티켓을 미리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천재 건축가 가우디가 이 작은 마을에 남긴 흔적은, 바르셀로나에서만 그를 만날 수 있다는 편견을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산티아고 순례길과 대성당
전 세계 순례길 가운데 산티아고 순례길만큼 사람들의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길이 또 있을까요? 갈리시아 지방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세계 3대 성지로 꼽히는 도시입니다. 약 1,200년 전 이곳에서 산티아고의 무덤이 발견되었고, 지역 주교가 공식 인정을 내린 이후 약 19km 떨어진 산티아고의 무덤 위에 도시가 세워졌습니다. 893년 작은 성당이 처음 지어진 뒤 수차례 증축을 거쳐 현재의 웅장한 모습은 네 번째로 완성된 것입니다.
산티아고 대성당은 그 자체로 역사의 집약체입니다. 정면에 위치한 주제단 덮개 위에는 말을 탄 산티아고상이 자리하며, 오른손에 칼을 든 수호성인의 이미지가 성당 전체에 엄숙함을 더합니다. 나폴레옹이 약탈해 간 이후 새로 제작된 거대한 향로 보타후메이로(Botafumeiro)는 특별한 날에만 향을 피우는데, 대성당이 선사하는 최고의 이벤트로 손꼽힙니다. 순례자들은 조개로 장식한 망토를 입은 산티아고를 뒤에서 껴안으며 긴 여정의 감동을 절정으로 끌어올립니다.
예수 제자 중 최초의 순교자 산티아고의 유골은 주제단 바로 아래 지하에 모셔져 있습니다. 성당 동쪽 자비의 문은 산티아고 축일과 주일이 만나는 성년에만 열리며, 문 위에는 산티아고와 제자의 모습, 양옆에는 구약의 인물과 사도를 묘사한 24개의 조각상이 빼곡히 자리합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서 마주치는 풍경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스페인 남부 헤레스에서 출발해 비행기로도 세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도보로 완주한 스카우트 단원들이 광장을 채우는 장면은, 순례가 단순한 종교 행위를 넘어 인간의 의지와 공동체 정신을 확인하는 의식임을 말해줍니다. 광장에 누워 대성당 꼭대기의 산티아고를 바라보는 행위 하나에서도, 이 도시가 가진 특별한 감동이 전해집니다. 순례자들이 벗어놓고 간 신발들은 그간의 고단한 여정을 고스란히 대변합니다.
세상의 끝에서 새로 시작하는 곳, 피스테라와 알타미라 동굴
산티아고 순례길의 공식 종착지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라면, 많은 순례자들이 발길을 멈추지 않고 끝까지 나아가는 곳이 바로 피스테라(Fisterra)입니다. 로마 시대부터 중세까지 유럽의 끝, 세상의 끝으로 여겨졌던 이곳에는 0km 표지석이 놓여 있습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의미이자, 동시에 다시 시작한다는 다짐의 장소입니다. 순례자들은 이곳에서 입고 신었던 낡은 옷과 신발을 태우는 전통 의식을 치렀는데, 현재는 화재 위험으로 인해 불 피우는 행위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 자리를 대신해 순례자 신발 조형물이 바위 위에 단단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피스테라곶에서 바다와 섬이 하나가 되는 풍경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해방감과 충만함을 선사합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코바동가, 피스테라 같은 장소는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피스테라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버스로 약 2~3시간 소요되며, 순례 완주 후 하루를 더 할애해 방문하는 일정이 일반적입니다. 일몰 시간에 맞춰 방문한다면 더욱 깊은 감동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여정 중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장소는 알타미라 동굴입니다. 인류 최초의 예술 작품이 보존된 이 동굴은 훼손을 막기 위해 실제 동굴 바로 옆에 복제 동굴을 만들어 일반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동굴 입구는 13년 전 산사태로 인해 무너져 훼손되지 않은 채 1879년 발견되었는데, 너무나 뛰어난 그림 상태 때문에 한동안 구석기인이 그린 벽화라고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14,500년 전 구석기인은 동굴 벽면의 표면 굴곡을 활용해 입체적으로 벽화를 그렸으며, 그 완성도는 훗날 "알타미라 이후 예술이 퇴보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갈리시아 지방 라코루냐로 넘어가면 로마인이 서기 1세기에 건설해 현재도 이용 중인 전 세계 유일의 등대 헤라클레스의 등대가 있습니다. 내부는 3층 구조로, 탑의 높이는 59m에 달하며 나선형 계단으로 오를 수 있습니다. 이 등대가 위치한 지명 코스타모르테, 즉 '죽음의 해변'은 그 이름처럼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위험한 해안입니다. 세계가 평평하다고 믿었던 고대 로마인들에게 대서양과 맞닿은 이곳은 진정한 세상의 끝이었습니다. 2천 년이 넘은 등대가 여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코바동가(Covadonga)는 성모의 동굴이란 의미를 가진 장소로, 이슬람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펠라요의 무덤이 안치된 곳입니다. 722년 펠라요는 이슬람군의 침공에 맞서 코바동가의 동굴에 주민과 병사를 피난시켰고, 동굴 속 감춰진 성모상을 발견해 기도를 올리자 소나기가 내려 이슬람 기병이 진흙에 빠지며 승전을 이끌었다는 전설이 전해집니다. 왕 알폰소 1세는 이 기적을 기념해 수도원과 성당을 건축했고, 1901년 다시 지어진 성당 앞에는 스페인의 자존심이자 아스투리아스 왕국을 세운 펠라요의 동상이 굳건히 서 있습니다. 승리의 십자가는 아스투리아스의 상징으로, 오늘날에도 신도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스페인 북부의 이 여정은 가우디의 초기 건축 철학부터 인류 최초의 예술, 종교적 성지와 세상의 끝 피스테라까지 이어지는 웅장한 서사로 가득합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루고의 역사적 사실 관계, 이동 거리와 방문 시기 등 실용 정보를 보완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여행이 가능합니다. 이 여정의 끝에서 진정한 자유와 새로운 시작을 경험해 보시길 권합니다.
[출처]
영상 출처: 건축에 취하고 와인에 빠진 스페인 여행 [걸어서세계속으로] KBS 200516 방송 / KBS 트래블-걸어서 세계속으로 : https://youtu.be/hNgbP9-ch0k?si=9e46_3jozLq9qnP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