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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곱의 흔적을 밟는다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 (아르마스 광장, 산 크리스토발 언덕, 라 차스코나)

by Goldmango0714 2026. 4. 11.

산티아고 여행
산티아고 순례길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정치·경제·문화의 중심지로 8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밀집한 남미의 대도시입니다. 스페인 식민지의 흔적과 원주민의 저항, 그리고 현대적 감수성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칠레 역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르마스 광장: 정복자와 저항자가 공존하는 역사의 현장

산티아고 중심부에 자리한 아르마스 광장은 도시의 심장부라 불릴 만큼 역사적 상징성이 짙은 공간입니다. 광장 주변에는 스페인 총독의 저택이었던 중앙우체국과 산티아고 대성당을 비롯해 스페인 양식의 건물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이 건물들만 보더라도 산티아고가 얼마나 오랜 기간 스페인의 식민 지배 아래 놓여 있었는지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광장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화려한 건축물만이 아닙니다. 광장 한쪽 구석에는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들고 있는 괴이한 형태의 석상이 서 있습니다. 바로 원주민 마푸체족의 독립운동 지도자 알론소 라우타루의 석상입니다. 라우타루는 스페인 정복자들에 맞서 끈질기게 저항했던 인물로, 원주민의 자긍심과 해방 의지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석상이 머리를 손에 들고 있는 형태인 것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강렬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라우타루 석상의 대각선 끝에 칠레를 무력으로 정복했던 정복자 발디비아의 기마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반대 입장이었던 두 사람의 조각상이 한 광장 안에 나란히 존재하는 이 장면은 단순한 역사적 병치를 넘어 칠레 사회가 스스로의 복합적인 정체성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사용자 비평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이 두 석상이 같은 공간에 있다는 점은 칠레의 복합적인 역사 현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백인과 원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남미 칠레의 현실을 이보다 더 분명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많은 남미 국가들이 식민지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기념할 것인가의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칠레 산티아고의 아르마스 광장은 정복자와 저항자를 같은 무게로 기억하려는 시도를 보여줍니다. 이는 역사를 단일한 승자의 시각으로 재단하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다민족 사회로서 칠레가 걸어온 길을 솔직하게 마주하겠다는 태도로 읽힙니다. 아르마스 광장은 단순히 아름다운 광장이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역사 교과서인 셈입니다.


산 크리스토발 언덕: 케이블카와 푸니쿨라로 오르는 전망 명소

산티아고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산 크리스토발 언덕은 이 도시를 방문하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르는 대표 명소입니다. 언덕에 오르는 방법은 여럿인데, 그중 텔레페리코라 불리는 케이블카와 푸니쿨라를 조합해 이용하는 방법이 경치를 감상하면서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꼽힙니다.

푸니쿨라는 밧줄의 힘으로 궤도를 오르내리는 산악 교통수단으로, 열차 외부에 있는 조종실에서 조종사가 궤도를 직접 내려다보며 핸들을 돌려 열차를 움직이게 합니다. 이 독특한 방식의 교통수단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볼거리가 됩니다. 버스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오를 수도 있지만, 케이블카와 푸니쿨라의 조합은 여행의 효율성과 낭만을 동시에 충족시켜 줍니다.

언덕 꼭대기에는 성모상이 우뚝 서 있으며, 이곳은 원래 스페인 군의 요새였습니다. 원주민의 저항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둔 뒤 가톨릭 성인의 이름을 따서 산 크리스토발 언덕이라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이처럼 이 언덕 하나에도 스페인 식민지 지배와 가톨릭 문화의 이식이라는 역사적 맥락이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마리아상 전망대에서 계단을 내려가다 보면 1921년에 짓기 시작해 1931년에 완공된 자그마한 성당이 나옵니다. 성당 앞에는 자유와 정의의 상징인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성스러운 참나무가 심어져 있으며, 많은 양초를 꽂을 수 있는 촛대가 마련되어 있어 촛불 기도를 드리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수백 명이 이곳을 찾아 기도를 올리며, 가톨릭 교회 기념일인 12월 8일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축복에 감사하거나 소원을 빌기 위해 모여든다고 합니다.

한편, 언덕에서 바라본 산티아고의 전경은 장엄하지만 공기 오염이 눈에 띌 만큼 뚜렷하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사용자 비평에서도 공기 오염에 대한 언급이 짧게 지나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는데, 실제로 산티아고의 대기 오염은 오랜 도시 문제입니다. 분지 지형에 위치한 산티아고는 바람이 약한 날이면 스모그가 쉽게 쌓여 맑은 전망을 가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차량 매연과 난방 연료 사용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며, 칠레 정부도 대기질 개선을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멀리 남미 최고층 건물인 코스타네라센터가 우리나라의 롯데월드 타워를 연상시키는 웅장한 모습으로 시야에 들어오지만, 탁한 공기 너머로 바라보는 풍경이라는 점은 관광 명소로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라 차스코나: 네루다의 삶과 예술이 깃든 공간

푸니쿨라 매표소 근처 골목에는 방범용 가시 덮개와 철조망이 삼엄하게 둘러쳐진 독특한 건물이 있습니다. 바로 칠레의 대표적 저항 시인이자 20세기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으로 칭송받는 파블로 네루다의 집, 라 차스코나입니다.

라 차스코나라는 이름은 네루다가 자신의 뮤즈이자 세 번째 부인인 마틸다 우루티아의 별명을 따서 지은 것으로, 케추아어로 머리카락이 매우 곱슬거리고 풍성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집의 이름 자체가 이미 네루다의 시적 감성과 마틸다를 향한 깊은 애정을 담고 있는 셈입니다.

좁은 복도를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아담한 정원이 펼쳐지고, 낮은 천장에 좁고 긴 구조를 가진 내부 공간은 마치 선실 내부에 있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네루다는 많은 예술가들을 이곳으로 초청해 함께 음식을 먹으며 우정을 나눴다고 하며, 집 안 곳곳에는 그가 수집한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멕시코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가 그린 마틸다의 초상화는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이 작품에는 재미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디에고 리베라가 네루다의 옆모습을 마틸다의 머리카락 속에 몰래 그려 넣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디에고 리베라가 친구 파블로 네루다를 얼마나 친애했는지를 그림 속에 조용히 새겨 넣은 것으로, 두 예술가 사이의 깊은 우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원래 내부 촬영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으며, 일반 관광객이 방문할 경우 지정된 동선을 따라 가이드 투어 형식으로만 내부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비평에서도 일반 관광객의 방문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아쉽다고 지적하였는데, 실용적인 여행 정보로서 덧붙이자면 라 차스코나는 사전 예약이 권장되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관일입니다. 입장료가 있으며, 영어와 스페인어 가이드 투어가 운영됩니다. 촬영 제한이 엄격한 만큼 방문 전에 관련 규정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네루다의 삶과 사상, 그리고 예술적 감수성이 고스란히 담긴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시를 사랑했고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좋아 이 집에 남게 되었다는 예술감독처럼, 라 차스코나는 방문자 누구에게나 네루다의 정신을 직접 체감하게 해주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산티아고는 정복의 역사와 저항의 기억, 신앙과 예술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적인 도시입니다. 아르마스 광장의 두 석상이 보여주는 역사적 긴장감, 산 크리스토발 언덕의 경이로운 전망과 대기 오염이라는 현실적 과제, 그리고 라 차스코나가 품은 네루다의 예술 세계는 산티아고를 단순한 관광지 이상의 의미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줍니다. 칠레의 복합적인 역사와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여행자에게 산티아고는 반드시 방문해야 할 도시입니다.


[출처]

칠레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산티아고’ [걸어서 세계속으로] | KBS 230603 방송 / KBS 트래블-걸어서 세계속으로 : https://youtu.be/88_gXKalEWw?si=rEHIL8WuehXjzX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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