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코코를 처음 봤을 때, 우리 모두는 아마 그 화려하고 감동적인 멕시코 문화의 일부인 ‘죽음축제’를 기억할 것입니다. 죽음이 두려움이 아닌 '기억'으로 남겨진다면 얼마나 의미있을까요? 그런데, 코코라는 영화 속 이야기와 실제 멕시코 문화는 얼마나 닮아 있을까요? 지금부터는 우리가 알던 코코라는 영화를 넘어 진짜 멕시코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이 글을 통해 만나보려 합니다.
영화 코코 속 ‘죽음의 축제’ - 얼마나 닮아있을까?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코코(Coco)는 멕시코 전통 명절인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Día de los Muertos), 즉 ‘죽은 자들의 날’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는 멕시코 문화를 따뜻하고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라 평가받습니다. 오프렌다(제단), 마리골드 꽃잎, 죽은 자들이 돌아오는 날이라는 배경은 모두 실제 전통에서 비롯되었으며, 제작사는 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 문화 고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이 영화에 묻어났습니다.
하지만 실제 멕시코 문화인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는 영화만큼 낭만적이진 않습니다. 실제로 멕시코 사람들에게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는 단지 축제로 끝나는 것이 아닌, 영적인 연결과 조상의 삶을 기리는 날입니다. 각 도시마다 제단을 세우고, 고인의 사진과 음식, 생전 좋아했던 물건들을 올려 ‘기억’을 이어가는 이들의 진심은 영화 속 분위기보다 훨씬 더 잔잔하고 진지합니다.
또한 영화는 판타지적 요소를 부각시키기 위해 사후세계를 화려하게 구성하였지만, 멕시코 전통은 영화와 달리 오히려 죽음 앞에서 삶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기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죽음을 축제처럼 여긴다는 말은 자칫하면 오해의 여지가 있으며, 멕시코 사람들은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도 그 속에 담긴 가족애와 존경, 공동체의 유산을 더욱 중시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멕시코 사람들의 삶을 관통하는 가치관 - ‘기억과 존중’
멕시코 문화를 이해하려면 ‘죽음’을 바라보는 그들의 철학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멕시코에서 죽음이라는 의미는 끝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이 진정한 죽음이라는 말이 있으며, 이는 코코에서도 언급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눈물을 흘리게 한 대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멕시코 사람들의 일상에도 스며 있습니다.
사람들은 단지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제사가 아니라, 고인의 삶과 인격, 그리고 그가 남긴 영향을 구체적으로 ‘기억’하려 노력합니다. 이는 단순한 전통문화가 아니라 멕시코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가족 중심의 사회 구조, 어르신에 대한 존경, 아이들에게도 조상을 소개하고 기억하게 하는 교육 등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더 나아가, 이들은 공동체의 연결고리를 매우 중시합니다. 축제 기간에는 모든 세대가 함께 모여 조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과 음악으로 공동의 정체성을 나눕니다. 이 모든 것이 ‘기억’이라는 한 단어로 통합되는 셈입니다. 코코는 이 점을 정확히 보여주며, 현실의 가치관과 정확하게 일치하려 노력한 점이 엿보입니다.
전통의 깊이 - 코코가 담지 못한 것들
코코가 아무리 잘 만들어진 영화라 해도, 모든 현실을 담기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멕시코의 지역별 전통은 놀랄 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며, 유카탄 반도에서는 마야 전통이 가미되어 있고, 오악사카 지방에서는 죽은 자들을 위한 퍼레이드 외에도 의식적인 ‘죽음 식사’를 진행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처럼 멕시코의 전통은 지역마다 다양하다는 것도 하나의 특징입니다.
또한 종교적 색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가톨릭과 토착 신앙이 혼합된 형태의 의식이 많아, 겉보기에는 단순한 제례 같아 보이지만 그 안에는 철학, 신념, 정체성이 얽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영화 속에서 어느 정도 생략되거나 단순화되어 표현되었는데, 예를 들어 고인의 뼈를 보관하거나 무덤을 직접 관리하는 전통, 공동체 전체가 책임지는 죽음의 형태 등은 깊은 역사성과 복합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영화 이상의 현실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현실은 훨씬 더 다층적이고 입체적입니다. 코코라는 영화는 그 진입문일 뿐, 멕시코의 전통과 죽음에 대한 이해는 훨씬 더 넓고 깊습니다.
코코라는 영화는 멕시코 문화를 향한 가장 아름다운 표현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그 문을 열고 나아가 보면, 그 너머에는 보다 조용하고 진지한 멕시코 사람들의 삶과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화려함보다는 진심, 판타지보다는 공동체의 사랑이 중심이라는 철학이라는 것이죠.
멕시코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