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공항을 출발해 약 7시간 반의 비행 끝에 닿는 키르기스스탄은 국토 평균 해발 2,750m의 산악 국가입니다. 톈산산맥의 만년설이 어디서든 눈에 들어오는 이 나라는 자연과 역사,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중앙아시아의 숨겨진 보석입니다.
이식쿨 호수: 바다 없는 나라의 마음의 바다
키르기스스탄 여행에서 가장 먼저 압도되는 풍경은 단연 이식쿨 호수입니다. '따뜻한 호수'라는 뜻을 가진 이식쿨은 톈산산맥의 설산에서 발원한 빙하수가 녹아 흘러들어 형성된 호수로, 0.6%의 염도를 띠고 있습니다. 이 염분 덕분에 겨울이 되어도 호수 표면이 얼지 않는다는 점은 이식쿨이 지닌 가장 독특한 자연적 특성 중 하나입니다.
이식쿨의 지질학적 배경도 흥미롭습니다. 지각 변동으로 인해 바다 밑 땅이 융기하면서 주변 산맥이 형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이 거대한 호수는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지구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수면 위로 배를 타고 나가면, 육지의 경계가 사라지고 마치 망망대해 위에 있는 것 같은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인 키르기스스탄 사람들에게 이식쿨은 단순한 호수가 아닙니다. 그들에게 이곳은 마음의 바다이며, 오랜 시간 동안 삶과 문화의 중심이 되어온 공간입니다. 그만큼 이식쿨에 대한 현지인들의 애정과 자부심은 각별합니다.
여행자의 시각에서 보면, 이식쿨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정서적 울림이 있는 공간입니다. 실제로 현지에서 배를 타고 호수 중앙으로 나가는 체험은 이식쿨의 진면목을 가장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힙니다. 다만 여행자 입장에서는 선착장 위치, 유람선 또는 소형 보트 탑승 비용, 운항 시간대 같은 구체적인 정보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현지 사정에 따라 가격이 다를 수 있으므로, 미리 현지 게스트하우스나 숙소를 통해 투어 상품을 예약하거나 비용을 확인하는 것이 실용적입니다. 이식쿨 주변에는 패러글라이딩, 수상 스포츠, 승마 등 다양한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어, 체류 일정을 넉넉히 잡는 것이 이 호수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입니다.
이식쿨은 키르기스스탄 여행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호수 위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수평선처럼 펼쳐진 수면, 그 뒤로 병풍처럼 둘러선 톈산산맥의 설산은 어떤 사진으로도 완전히 담아낼 수 없는 살아있는 풍경입니다.
소금 광산 요양원: 치유의 공간, 그 경계에서
이식쿨 인근에는 구소련 시대에 개발된 소금 광산이 있습니다. 이 일대는 지각 변동으로 바다 밑 땅이 융기해 산맥이 형성된 곳으로, 그 지질학적 역사의 흔적이 바로 이 소금 광산입니다.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 키르기스스탄에게 하얀빛을 내뿜는 소금 광산은 신이 내린 축복이나 다름없었을 것입니다. 광산은 폐광 전까지 연간 50여 톤의 소금을 생산하며 지역 경제를 지탱했습니다.
폐광 이후, 이 광산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새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갱도 안에 가득 찬 소금 입자가 천식 환자에게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환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결국 지금은 요양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최대 1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이 갱도 안에는 탁구장, 당구장, 극장까지 환자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어, 환자들이 장기간 생활하며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갱도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소금 입자가 공기 중에 날리는 것이 실제로 느껴지며, 과거 소금을 채취했던 현장에는 지금도 빗물과 눈이 녹아 스며들며 마치 고드름처럼 새로운 소금이 생성되고 있습니다. 직접 맛을 보면 역시 짠맛이 확인됩니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여행자이자 독자로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금 동굴 요법, 즉 '할로테라피(Halotherapy)'는 일부 연구에서 호흡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천식 치료 효과에 대해 의학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치료법으로 공식 인정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현지인들이 "이 안에서 숨 쉬는 것만으로도 병이 낫는다"고 믿는 것은 오랜 경험과 구전에서 비롯된 믿음이며, 영상 속 제작진도 "따로 검증된 건 없다"고 명확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금 광산 요양원은 대체 의학적 관점의 공간으로 이해하되, 의학적 치료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접근하는 것은 신중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 공간이 주는 문화적, 역사적 가치는 충분합니다. 구소련 시대의 산업 유산이 지역 공동체의 치유 공간으로 전환된 이 사례는 키르기스스탄의 독특한 생활 문화를 이해하는 창이 됩니다. 부디 그곳에서 지내는 이들의 믿음대로 건강이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생겨나는 공간입니다.
판배 시장과 타지키스탄 예술가: 삶과 문화의 현장
키르기스스탄의 여정을 지나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로 이어지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현장은 모계 시장인 판배였습니다. 판배 시장은 오늘날에도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전통 재래시장으로, 수레를 가득 채운 짐들과 사람들의 활기로 넘쳐납니다.
시장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빵, 논(Non)입니다.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즐비한 가운데, 수레 한가득 논을 싣고 가는 아이의 모습도 정겹습니다. 이 외에도 판배 시장에는 이 지역 특산품인 다양한 견과류와 과일이 가득한데, 수박과 호박은 한국의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큰 크기를 자랑합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크림 치즈를 동그랗게 빚은 현지 특산 치즈로, 일반 맛부터 고춧가루를 넣은 매운맛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습니다. 크기가 작고 휴대하기 편해 현지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시장 한쪽에는 신발 수선 가게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풍경도 인상적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대부분 사라진 신발 수선 문화가 이곳에서는 여전히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에서까지 손님이 찾아오는 수선사의 정성이 느껴집니다. 한국에서라면 대부분 버려질 신발을 소중히 여기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은 소비에 익숙해진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두샨베에서는 산책 중 우연히 만난 화가, 호자 FC의 공동 예술 작업실을 방문하는 특별한 경험도 이어집니다. 몇몇 예술인들이 함께 모여 각자의 작품을 만들고 공부하는 이 공간에서, 실크로드를 오갔을 낙타와 여행자들을 담은 그림, 그리고 항상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왜 항상 여성이 주인공이냐는 물음에, 여성은 민족의 자유를 상징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이 한 마디는 타지크인들의 역사적 정서와 예술관을 함축적으로 전달합니다.
실크로드 상인의 후예인 타지키스탄 사람들은 손님이 오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며 귀하게 대접하는 전통을 갖고 있습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이방인을 환한 미소로 맞이하는 그들의 태도는, 프랑스의 신부 아베 피에르가 남긴 "미소는 전기보다 적은 양으로 더 많은 빛을 만들어낸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듯합니다.
여행 정보의 측면에서 보면, 판배 시장은 현지 물가와 식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현지 음식 가격은 한국 대비 매우 저렴한 편이며, 시장 내 소매치기나 분실 사고에 주의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비슈케크나 두샨베 도심은 비교적 치안이 안정적이나, 야간 이동이나 외곽 지역 방문 시에는 현지 가이드나 안내원과 동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자연, 역사, 사람이 한데 어우러진 중앙아시아의 진귀한 여행지입니다. 이식쿨 호수의 장엄함, 소금 광산의 독특한 역사, 판배 시장의 생동감은 각각의 매력을 지닙니다. 다만 소금 광산의 치료 효과처럼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여행자라면 현지 교통, 비용, 치안 등 실용적 정보도 함께 챙기는 것이 완성도 높은 여행을 만드는 길입니다.
[출처]
영상 출처: 먹을 거 가득! 키르기스스탄 대형 시장 여행 [걸어서세계속으로] KBS 240604 방송 / KBS 트래블-걸어서 세계속으로 : https://youtu.be/weIsibpgC8U?si=uYBltbV9_yfKUu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