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비용 항공사(LCC)가 유럽 장거리 노선에 진출한다는 것은 한국 항공 산업에서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티웨이항공이 2024년 5월 16일 첫 유럽 노선인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노선을 개설하면서 국내 LCC 최초로 유럽 땅을 밟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첫 취항 이면에는 비슈케크 경유라는 독특한 운항 구조, 좁은 좌석 간격, 그리고 복잡한 가격 정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실제 탑승 경험을 바탕으로 티웨이항공 자그레브 노선의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해봅니다.
비슈케크 경유 구조와 러시아 영공 우회의 한계
티웨이항공 자그레브 노선의 가장 큰 특징은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를 경유한다는 점입니다. 원래 인천에서 자그레브까지는 약 1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지만, 이 노선은 총 15시간 50분이 소요됩니다. 티웨이가 운영하는 A330-300 광동체 항공기는 항속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아서 중간 급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러시아 영공 문제가 결정적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영공을 통과할 수 없게 되면서 우회 거리가 크게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비슈케크에서 급유를 받아야만 자그레브까지 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테크니컬 랜딩 형태로 기내 대기 후 바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승객 안전 문제로 전원 하기 후 환승 절차를 거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러한 경유 구조는 승객에게 양날의 검입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비슈케크 마나스 국제공항에서 약 2시간 동안 면세점 쇼핑, 흡연, 커피 등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키르기스스탄 특산품인 꿀이나 발잠 같은 전통주를 구매할 수 있고, 주기장과 활주로가 정면으로 보이는 흡연실은 항공 마니아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분명합니다. 환승 과정에서 수면이 중단되고, 기내에 둔 물건은 전부 버려지며, 전체 여정이 길어져 피로도가 증가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구조의 지속 가능성입니다. 티웨이는 향후 파리, 로마, 프랑크푸르트, 바르셀로나 등 서유럽 노선을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대한항공에서 리스한 A330-200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이 기종은 항속거리가 더 길어 직항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리스 기간이 약 3년으로 제한되어 있어 장기적 운영 전략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러시아 영공이 재개방되지 않는 한, 현재의 경유 구조는 티웨이 장거리 노선의 구조적 약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좌석 품질과 기내 서비스의 현실적 평가
티웨이항공 A330-300의 이코노미 좌석은 2-4-2 배열로 한 줄에 8개 좌석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 동일한 배열이지만, 좌석 간격과 품질 면에서는 명확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아이폰을 기준으로 측정했을 때, 티웨이는 가로로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수준이며 세로로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반면 아시아나는 세로로 꽉 물리는 정도, 대한항공은 가로와 세로 모두 여유 있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좌석 간격만 놓고 보면 티웨이는 동일 기종 3-3-3 배열의 세부퍼시픽과 거의 동일한 수준입니다. 178cm 신장에 다리가 긴 체형의 경우, 등받이를 풀로 제끼면 무릎이 앞좌석에 달랑말랑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는 KTX처럼 의자가 앞으로 밀리면서 등받이가 제껴지는 구조 때문에 더욱 악화됩니다. 게다가 일부 좌석에는 발밑에 걸리적거리는 구조물이 있어 다리를 펼 공간이 더욱 제한적입니다.
헤드레스트는 가장 큰 논란 요소입니다. 너무 앞으로 돌출되어 있고 두께도 과도해서 머리를 자연스럽게 기대기 어렵습니다. 한쪽은 접히지도 않아 사실상 목 받침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장시간 비행에서 수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목 베개나 안대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티웨이는 창문 덮개를 승객 자율에 맡기기 때문에,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처럼 일괄적으로 어두운 환경을 조성하지 않습니다. 이는 수면에 민감한 승객에게는 불리한 조건입니다.
시트 재질은 가죽으로 되어 있어 관리는 편하지만, 반바지를 입었을 때 땀이 차는 문제가 있습니다. FSC들이 사용하는 패브릭 재질에 비해 쾌적함이 떨어집니다. 기내식은 두 번 제공되지만 모두 냉동식품이며, 트레이 없이 제공되어 흘리면 대처하기 어렵습니다. 비빔밥은 야채가 숨이 죽어 맛이 없고, 치킨 데리야끼는 완전 냉동식품입니다. 다만 비비고 죽은 의외로 맛이 괜찮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기내 와이파이는 지원되지 않으며, 모니터도 없습니다. USB 충전 포트는 A타입만 있고 C타입은 없습니다. 휴대폰 거치대가 있어 넷플릭스나 유튜브 다운로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지만, 장시간 비행에서 엔터테인먼트 옵션이 제한적이라는 점은 분명한 약점입니다. 승무원들은 별도의 휴게 공간 없이 점프 시트에서 쉬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친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합니다.
가격 전략의 이중성과 구매 채널별 격차
티웨이항공 자그레브 노선의 가장 아이러니한 부분은 가격 정책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매하는 것과 땡처리닷컴이나 모두투어 같은 여행사 공동구매 항공권을 이용하는 것 사이에 극명한 가격 차이가 존재합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6월 4일 출발 6월 11일 복귀 일정 기준으로 땡처리닷컴에서는 왕복 78만 원인 반면, 티웨이항공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동일 일정이 128만 8천 원입니다. 약 50만 8천 원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격 격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여행사들이 항공사로부터 단체표를 대량으로 싸게 구매한 뒤, 패키지 상품에 붙여 팔기 위해 확보했다가 모객에 실패하거나 취소표가 나오면 덤핑 판매를 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단체표이긴 하지만 패키지 합류가 아닌 순수 항공권 구매이므로, 자유여행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일정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제약은 있지만, 5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조건입니다.
이는 티웨이항공의 가격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합니다. 같은 노선, 같은 날짜의 항공권이 구매 채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극악의 가성비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극한의 가성비가 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정상 가격으로 구매한 승객은 사실상 옆자리 승객보다 50만 원을 더 지불하고 탑승하는 셈입니다. 이는 브랜드 신뢰도와 고객 만족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스카이스캐너 같은 항공권 비교 사이트에서도 이러한 여행사 공구 항공권이 제대로 검색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여, 알고 찾아가는 사람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티웨이항공 입장에서는 초기 노선 안착을 위해 여행사에 물량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전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공식 채널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편도 58만 1천 원이라는 최초 티켓 오픈 가격도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의 프로모션 운임과 비교했을 때, 좌석 품질과 서비스 차이를 고려하면 티웨이의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 영공 우회로 인한 운항 비용 증가, 비슈케크 경유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을 감안하면 항공사 입장에서도 가격을 대폭 낮추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LCC의 핵심 경쟁력은 가격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의 가격 전략이 시장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결론: 가능성과 한계 사이의 티웨이 유럽 노선
티웨이항공 자그레브 노선은 한국 LCC가 유럽 장거리 시장에 진출했다는 상징성은 크지만, 실제 경쟁력 면에서는 여러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비슈케크 경유 구조는 운항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좁은 좌석 간격과 제한적인 기내 서비스는 장거리 비행의 피로도를 높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정책의 이중성으로, 공식 홈페이지 가격과 여행사 덤핑표 가격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큽니다. 여행사 공구 항공권을 적극 활용한다면 충분히 메리트가 있지만, 모르고 정상가에 구매하는 승객은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티웨이가 유럽 시장에서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직항 운항 가능한 기재 확보, 좌석 품질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 투명하고 일관된 가격 정책 수립이 시급합니다.

[출처]
티웨이항공 자그레브 첫 탑승기/항공 리뷰 채널: https://youtu.be/avPsoMXQdms?si=xBX3HGgybDYfSnFd